창립 취지문
5·18학회 창립의 근본적인 목적
5·18학회 창립 취지문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사건으로만 여겨지던 ‘비상계엄’이 아무렇지도 않게 현직 대통령에 의해 선포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다시 상상하기도 끔찍한 민주주의의 퇴행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강 작가가 던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는 1980년 불법적으로 정권을 찬탈하려고 한 신군부의 쿠데타에 항거한 5・18정신이 시민들에게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그간 민주항쟁과 국가폭력 연구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향상에 기여하고자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12월 쿠데타 세력의 위헌・위법한 내란행위와 극우세력의 망동을 지켜보아야 했고, 민주화 대투쟁으로 성취한 87년 체제조차 일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87년 체제의 성과와 한계를 명백하게 자각했다. 우리는 학술, 운동, 제도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항쟁의 가치와 의미를 재점화하고, 권력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공고히 하며 시민적 덕성을 강화할 필요를 절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5・18연구는 전남대 5・18연구소와 지역사회 연구자집단을 중심으로 5・18정신의 기치 아래 민주주의・인권・평화 연구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법제적 측면에서도 5・18항쟁과 관련된 주요한 현안들은 마무리되는 국면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폭력에 관한 다양한 학문분과의 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와 후속세대 학자들의 양성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현대사에서 자행된 국가폭력과 그 피해자들의 삶에 합당한 눈길을 보내지 못한 데에도 깊은 아쉬움이 남아 있다. 전문가주의라는 틀에 갇혀 우리 연구자들은 국가폭력과 5・18연구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연구 풍토를 벗어나 서로의 발전을 이끌어주는 연구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소홀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5・18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5・18항쟁뿐만 아니라 5・18을 넘어서 한국 현대사의 국가폭력과 민주항쟁에 관한 장기적인 학제간 융복합 연구를 활성화하고, 시민사회와의 상호협력을 증진하고, 동시에 해외 연구 기관 및 단체와의 학술 및 경험의 교류를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폭력과 민주항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연구자와 국가폭력 피해자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및 활동가들이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국가폭력과 이에 저항했던 민주항쟁의 역사적 진실규명과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자유로운 연구자들과 시민들의 학술공동체인 5・18학회를 출범시키고자 한다.